[2010년을 빛낸 스포츠 스타-6] '코리안 특급' 박찬호
17년 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내년 시즌부터 일본 프로야구(오릭스 버펄로스)에서 활동하게 된 '코리안 특급' 박찬호(37·사진). 박찬호가 빅리그를 떠나며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바로 노모 히데오(2008년 은퇴)를 넘어 메이저리그이 아시아 출신 최다승 투수라는 이정표를 세운 것.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는 지난 10월2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로리다 말린스전에 구원 등판, 3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개인 통산 124승(98패)째를 수확했다. 2005년 일본인 투수 노모가 작성한 123승을 5년 만에 갈아 치우면서 메이저리그 아시아 투수 역대 최다승 신기록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이날 3-1로 앞서던 5회말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어느 때보다 혼신의 역투를 펼쳤고 팀이 5-1로 이기면서 마침내 위업을 달성했다. 올해 초 뉴욕 양키스에서 방출당하고 지난 8월 약체 피츠버그로 옮긴 박찬호는 꿈에 그리던 우승 반지는 끼지 못했지만 아시아 투수 최다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현재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아시아 투수 중에서 박찬호나 노모만큼 주목받고 오랫동안 전성기를 누린 투수가 없는 실정에서 박찬호가 작성한 아시아 최다승 기록은 당분간은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994년 계약금 120만 달러를 받고 LA 다저스와 계약한 박찬호는 텍사스(2002년~2005년)-샌디에이고(2005~2006년)-뉴욕 메츠(2007년)-다저스(2008년)-필라델피아(2009년)-뉴욕 양키스, 피츠버그(2010년) 등 7팀을 거치며 얻은 통산 성적표이기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훈장이다. 선발투수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다 찾는 팀이 없어 2007년을 통째 마이너리그에서 쉬기도 했고 2008년부터 구원투수로 변신, 오뚝이처럼 일어서 3년 만에 이룬 값진 결실이기도 했다. 아시아 최다승은 박찬호가 선수 인생의 최대 고비였던 2007년 "오로지 '123(승)'이라는 숫자만 바라보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강한 의욕을 나타낸 목표였다. 선발투수로서 113승을 올렸던 박찬호는 불펜 투수로 변신한 뒤 좀처럼 승리를 얻기 어려웠지만 2008년 4승, 지난해 3승을 보탰고 자신의 호투와 타선의 지원이 적절히 어우러지면서 다시 4승을 추가, 구원투수로 11승을 올리며 124승을 채웠다. 1996년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구원 등판,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빅리그 첫 승리를 신고한 이래 만 14년 5개월 만에 124승 고지에 오른 박찬호는 2007년을 빼곤 단 한 번도 승리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이승권 기자 sgl@koreadaily.com